질산테러 사건 발생과 신민당의 대응
김영삼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의가 있은 지 1주일 후인 6월 20일 모두를 경악케 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시내 음식점에서 유진오 신민당 총재, 양일동 의원 등과 함께 3선개헌에 대한 반대 전략을 숙의하고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고 있던 김영삼이 괴한들로부터 피습을 당한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사화했다.
“20일 밤 10시 5분경 신민당 원내총무 김영삼 의원(41. 서울 영등포구 상도동 4의7)이 서울 자2-2347호 크라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집에서 50m가량 떨어진 골목길에서 괴한 3명에게 피습을 당했다. 괴한들은 초산병(길이 13cm, 직경 5cm)을 던졌으나 다행히 차문이 닫혀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에 가 있을 때 김영삼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문을 반드시 잠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김영삼과 신민당 측은 ‘박정희 정권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정권적 차원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6월 21일 김영삼은 국회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더 강하게 박정희와 중앙정보부를 몰아붙였다.
“이것은 지난 13일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히 개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나라는 독재국가요, 특히 독재국가로 끌고 나가고 있는 그 원부(怨府)가 중앙정보부다. 그 책임자인 김형욱이는 제2의 최인규와 같고 민족의 반역자다. 이러한 무리가 이 땅 위에 있는 동안까지는 다시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살 길이 없다’ 하는 얘기를 한 데 대한 보복이라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예요? 독재자가 통치하는 독재국가예요. 박정희는 독재자요. 아무리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자, 칼로 세운 자는 반드시 칼로 망한다고 하는 성경 말씀이 있어요. 힘을 가졌다고 해서 힘을 행사하는 자, 반드시 그 힘에 의해서 망할 것입니다.”
정일권(丁一權) 국무총리는 “김영삼 의원의 피습 사건은 비단 국회뿐 아니라 국무위원에게도 관련되는 심각한 문제이며, 민주국가에서 이러한 일이 없도록 뿌리 뽑겠다. 범인 체포에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답변했다. 박경원(朴璟遠) 내무부장관은 정상천(鄭相千 ) 서울시경 국장에게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력을 집중 동원, 단시일 내에 범인을 검거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경은 상도동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 피습 사건의 범인을 뚜렷이 보았거나 초산의 출처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현상금 20만 원을 걸었고(6월 25일 100만원으로 인상)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관도 계급을 막론하고 1계급 특진시키기로 했다.
6월 23일 신민당수 유진오(俞鎭五)는 “질서가 혼란되고 국민의 자유가 유린되고 국회에서의 언론 자유와 국회의원의 활동의 자유가 보장 안 되면 민주 헌정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민주 헌정이 근본적으로 파괴될 위기가 닥쳐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삼 의원의 피습 사건은 정보기관을 원내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다음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지금 추진되고 있는 3선개헌을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키 위한 일단의 조치로 간주하며 이는 100% 정치테러로서 국회의원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언을 못하게 하려는 악랄한 행위이다. 공포 분위기 조성과 테러는 민주주의 최고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6월 28일 부산상고 교정에서 시국 강연회를 연 신민당은 3선개헌 공작을 비난하고 정치테러, 국회 말살 현상 등 공포정치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진오와 김영삼 등 7명의 연사들은 정치 및 경제정책의 실정을 들어 개헌 저지 투쟁을 호소했다. 이날 특히 청중의 관심을 모은 김영삼은 6월 13일 국회 본회의 발언을 공개한 뒤 “공화당은 자유당 말기적 독재 수법으로 일방통행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개헌 저지 투쟁을 위해 의정 단상에서 피를 흘릴 각오로 싸우겠다, 테러 정치로부터 해방되기 전에는 민주주의는 없다, 공포정치로부터 국민을 해방해야 된다”고 연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