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당일 시위 및 행진
1960년 4월 18일 오전 10시경, 학생처장은 5개 단과대 학생위원장을 본관 재단주무이사실로 호출해 시위 중단을 설득했으나 학생들은 응하지 않았다. 본관에서 도서관 사이 길목 등에 “급고(急告), 12시 50분 전원 본관 앞에 집합할 사(事)”라고 쓴 종이가 붙여졌다. 12시 50분 교정 본관 앞, 인촌 김성수(金性洙) 동상 앞으로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1시경, 3000여 명이 운집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한 “고대”라고 쓴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고 드디어 출정식을 올렸다. 박찬세가 작성한 ‘4.18 선언문’을 이세기(李世基)가 낭독했고 이기택(李基澤)이 구호를 선창했다. 시위대는 교문 밖을 나와 행진을 시작했다. 구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一. 기성세대는 자성하라.
一. 마산사건의 책임자를 즉시 처단하라.
一. 우리는 행동성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
一. 경찰의 학원 출입을 엄금하라.
一. 오늘의 평화적 시위를 방해치 말라.주)004
시위대는 안암동 로터리에서 처음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후 신설동 로터리, 동묘, 동대문, 종로5가를 지나 오후 1시 50분경 종로3가에 이르렀다. 행진 중에 각 학생위원장을 포함한 다수의 학생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종로2가에서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할 때 5개 단과대 학생위원장들 중 문리대 학생위원장 윤용섭(尹湧燮)이 검거되지 않고 시위대에 잔류했다. 그리하여 선발대 5백여 명이 오후 2시 10~20분에 광화문 앞을 지나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본관)에 도착했다. 오후 3시 무렵 후발대가 도착하자 약 2000명의 학생이 모였고 곧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현장에서 4개 요구사항을 담은 대정부 건의안이 성안되었다. 학생위원회 간부 몇몇이 조선일보사 지하다방에서 ‘백만학도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작성했다.주)005
- 행정부는 대학의 자유를 보장하라.
- 행정부는 이 이상 민족의 체면을 망치지 말고 무능정치, 부패정치, 야만정치, 독재정치, 몽둥이정치, 살인정치를 집어치우라.
- 행정부는 명실상부한 민주정치를 실천하라.
- 행정부는 이 이상 우리나라를 세계적 후진국가로 만들지 말라.”주)006
오후 4시 10분경, 고려대 유진오(兪鎭午) 총장은 현장에서 시위를 만류하는 내용의 1차 연설을 했지만 윤용섭을 포함한 각 단과대 학생부위원장은 재차 시위 강행 의지를 다졌다. 오후 5시 30분경, 유진오는 다시 연단에 올라 학생들의 항거 용기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연행된 학생들이 곧 풀려날 것이라며 해산을 설득했다. 그 무렵 종로경찰서와 동대문경찰서에 연행된 학생 74명이 석방되어 그 일부가 국회의사당 앞 대열에 합류했다.
오후 6시경, 민주당 국회의원 이철승(李哲承)이 연단에 올라 시위의 역사적 의의를 환기하는 동시에 학교로 돌아갈 것을 설득했다. 시경국장 류충렬(柳忠烈)은 법대 학생부위원장 윤덕진(尹德鎭)과의 담판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하지 않고 호송하는 조건으로 귀교를 권유했다. 오후 6시 40분경, 국회의사당에서 철야 농성을 결의한 43명의 학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위대는 경찰 인도하에 학교로 향했다. 그때 철야 농성에 들어간 43명의 학생은 다음과 같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一.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짓밟힌 오늘은 하늘과 땅이 분노하고 있으며 불법, 공갈, 협박, 사기의 3‧15선거의 울분한 마산 시민의 애처로운 그 참극상을 주권국민인 우리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
一. 궐기하라, 애국동포여! 36년을 두고 피를 흘려 전취한 우리 민주주의가 지금 몽둥이와 총검 앞에서 피 흘리며 애소(哀訴)하는 저 구슬픈 소리를 우리는 듣고 있지 않은가. 민족을 위한다는 위정자들이여, 그대들의 이름은 부귀요 영화이며, 몰인정한 위선자라고 우리 국민은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一. 집권당 위정자여, 그대들이 떼어버렸던 양심을 다시 찾지 않으려는가. 지금 거국적인 민중 궐기의 피 끓는 이 호소를 듣고 어서 그 양심을 다시 찾아 민권수호에 목숨 바친 지하에 계신 선열과 시달리고 통곡하는 우리 국민 앞에 늦지 않게 왔으니 사과하라.
一. 우리는 지금도 용서해줄 용의가 있다. 같은 핏줄이기에 단군의 자손이기에 동포여 어서 일어나 집권당의 사과를 들어보자.주)007